기분이 따라주지 않는데 일을 시작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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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은 다가오는데 책상 앞에 앉아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의욕이 생기면 시작하려고 기다리다 보면 시간만 흐르고, 그 시간이 다시 죄책감이 되어 돌아옵니다. 기분이 따라주지 않는데 일을 시작해야 할 때 우리는 보통 기분부터 바꾸려고 애를 씁니다.

요약: 기분을 먼저 맞추려는 순서가 유일한 순서는 아닙니다. 서로 다른 시대와 나라의 세 시선, 고대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일본의 모리타 쇼마, 미국의 재콥슨 연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기분 다음에 행동’이라는 가정을 조금 느슨하게 볼 수 있습니다.

기분을 기다릴수록 시작이 더 무거워지는 이유

의욕이 생겨야 시작할 수 있다고 믿으면, 의욕이 없는 시간은 모두 ‘아직 시작할 수 없는 시간’이 됩니다. 그 사이 일은 그대로 남고, 미룬 시간만큼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은 커집니다. 이 흐름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을 시작의 조건으로 삼는 순간 시작은 내 손이 아니라 기분의 손에 넘어갑니다.

기분이 따라주지 않는데 일을 시작해야 할 때 책상 위에 펼쳐진 공책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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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스스로에게 한 말

로마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개인 기록인 『명상록』 5권 첫머리에서,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적었습니다. 나는 인간의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고, 이불 속에서 따뜻하게 지내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번역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릅니다. 다만 이 구절은 의지를 다잡으라는 외침이라기보다, 하기 싫은 마음을 인정한 채 일어날 이유를 스스로에게 다시 상기시키는 대화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가 마음이 무겁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참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Meditations)』 5권 1절, Medit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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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 쇼마: 기분은 두고 할 일을 한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모리타 쇼마(1874~1938)가 만든 모리타 요법은 불안이나 걱정 같은 감정을 없애려 싸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지금 해야 할 일에 손을 쓰는 데 무게를 둡니다. 흔히 ‘있는 그대로(아루가마마)’라는 말로 소개됩니다. 감정은 마음대로 만들거나 없앨 수 없지만 행동은 고를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이 접근은 하나의 심리 치료 전통이므로 일상의 모든 상황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두세요.

참고: 모리타 쇼마(森田正馬)와 모리타 요법, Morita therapy, Shoma Morita.

행동이 먼저 오는 연구: 행동 활성화

미국의 재콥슨 연구진은 1996년 연구에서 주요우울장애 외래 환자 150명을 무작위로 나눠, 행동 활성화만 다룬 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전체를 비교했습니다. 치료가 끝난 시점과 6개월 뒤 모두에서 전체 치료가 더 낫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쉽게 말해 활동을 다시 늘려 가는 부분만으로도 비슷한 효과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것은 우울증 치료 연구이고 한 편의 결과라서, 일상의 미루기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출처: Jacobson 외 (1996), A component analysis of cognitive-behavioral treatment for depression,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세 사람은 같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일어날 이유를 스스로에게 말하는 방식을, 모리타는 감정을 받아들인 채 할 일에 손을 쓰는 방식을, 재콥슨 연구진은 활동을 늘려 가는 치료의 효과를 이야기합니다. 철학, 정신과 치료, 임상 연구로 출발점이 다르고 한 가지 결론으로 묶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분이 먼저 바뀌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비춰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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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2분짜리로 줄여 보기

일을 통째로 시작하려고 하면 마음이 먼저 버팁니다. 문서를 열어 제목만 쓰기, 책상 위 한 줄만 치우기처럼 2분이면 끝나는 첫 동작 하나만 정해 보세요. 끝낸 뒤 계속할지는 그때 정해도 됩니다. 첫 동작은 기분과 상관없이 할 수 있을 만큼 작을수록 좋습니다.

기분에 점수를 매기지 않고 이름만 붙이기

‘오늘은 의욕이 안 나네’ 하고 마음 상태에 이름을 붙이기만 하고, 그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언제 나아질지는 따지지 않아 보세요. 모리타가 말한 받아들임은 기분을 좋아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 기분을 두고 손을 움직이는 것에 가깝습니다.

시작했는데도 기분이 그대로일 때

2분을 했는데도 기분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역시 소용없구나’ 하고 결론 내리지 말고, 기분은 그대로인 채 첫 동작을 했다는 사실만 확인하세요. 기분이 바뀌는 것은 덤이고, 목표는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쉬어야 하는 날과 미루는 날 구분하기

몸이 아프거나 오래 달려온 끝이라면 쉬는 것이 맞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쉬는 날은 쉬겠다고 정한 날이고, 미루는 날은 쉬지도 못한 채 죄책감만 안고 있는 날입니다. 어느 쪽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쉬기로 했다면 일을 잊고 제대로 쉬어 보세요.

이 마음이 오래 이어질 때

몇 주 동안 거의 아무것도 시작하기 어렵고 잠, 식욕, 일상에도 영향이 있다면 ‘그냥 일어나라’는 말로 풀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혼자 견디지 말고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이야기해 보세요. 이 글의 시선들은 일상의 시작을 살피는 데 도움을 줄 뿐,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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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마음에 남은 장면이 있다면 3줄 기록 양식에 옮겨 적어 볼 수 있습니다.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기분이 따라주지 않는데 일을 시작해야 할 때에 대해 조금 더

기분이 따라주지 않는데 일을 시작해야 할 때와 이어지는 이야기로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다음 한 가지를 고르는 기준 글도 참고해 보세요.

이 주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 관련 자료도 참고할 만합니다.

가라앉은 기분이 몇 주 이어진다면 미국 NIMH의 Depression(영문)에서 증상과 치료 방법을 확인해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