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나간 말 한마디, 내가 어쩔 수 없는 상대의 태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꿀 수 없는 일을 계속 붙들고 있을 때 마음은 쉬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맴돕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데도 생각이 멈추지 않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요약: 바꿀 수 없는 일을 계속 붙들고 있는 마음은 나쁜 습관이 아니라 답을 찾으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입니다. 고대 스토아 철학의 구분을 빌리면, 그 에너지를 쓰는 곳을 조금 옮겨볼 수 있습니다.
내 몫인 것과 아닌 것을 나누는 오래된 방법
고대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Epictetus)는 『엥케이리디온』의 첫머리에서 세상의 일을 ‘우리에게 달린 것’과 ‘우리에게 달리지 않은 것’으로 나눕니다. 그가 든 예로, 우리에게 달린 것은 판단과 바람, 하고 싶은 마음 같은 마음의 움직임이고, 달리지 않은 것은 몸, 재산, 남들의 평판 같은 것입니다. 바꿀 수 없는 일을 계속 붙들고 있을 때는 이 두 가지가 머릿속에서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처방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 관점이지만, 이 구분만으로도 마음의 짐이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붙들고 있는 일을 두 칸으로 적어보기
종이에 선을 하나 긋고 한쪽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다른 쪽에는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을 적어봅니다. 상대의 반응, 이미 끝난 일, 아직 오지 않은 결과는 대개 두 번째 칸에 들어갑니다. 첫 번째 칸이 비어 있어도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는 칸이 눈에 보이게 적히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서만 돌던 생각이 한 번 밖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첫 번째 칸에 들어가는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오늘은 연락하지 않기로 정하는 것,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른 일에 손을 대는 것, 지금 내 판단을 한 줄로 적어보는 것처럼 작은 일들입니다. 작아 보여도 이것이 확실히 내 몫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합니다. 힘을 쓸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라도 보이면, 막막함은 한결 줄어듭니다.

포기가 아니라 방향을 옮기는 일입니다
바꿀 수 없다고 인정하는 일을 체념으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오히려 더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이 구분은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힘을 쓸 곳을 옮겨보자는 제안에 가깝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에 쓰던 힘을 내가 고를 수 있는 한 가지에 돌려보면, 같은 에너지가 훨씬 덜 소모됩니다. 결과를 쥐고 흔들 수는 없어도, 그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의 하루는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계속 돌아올 때
구분을 해두었는데도 생각이 다시 그 일로 돌아오는 날이 있습니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건 내가 어쩔 수 없는 쪽이구나’ 하고 짧게 되뇌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한 번에 끊어내려 하기보다 알아차리는 횟수가 쌓이면서, 마음이 맴도는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을 먼저 쉬게 하는 것도 내 몫입니다
생각이 계속 맴돌 때는 몸도 함께 긴장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깨를 내리고 숨을 천천히 내쉬거나,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 것은 분명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마음의 문제를 마음으로만 풀려 하지 않고 몸의 긴장부터 풀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몸이 조금 느슨해지면 같은 생각도 한결 부드럽게 지나갑니다.
평정은 아무 느낌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평정을 감정이 없는 상태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대로 자연스럽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그 마음을 없애려고 애쓰는 일을 내려놓는다는 점입니다. 답답함은 그대로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나만 고르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반응 앞에서
상대가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내가 정할 수 없습니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말을 어떤 순서로 전할지, 그리고 전한 뒤에 그 일을 어떻게 내려놓을지 정도입니다. 전한 뒤에도 상대의 반응을 계속 곱씹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내 몫을 넘어선 부분일 수 있습니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보내는 법
결과가 나오기 전의 시간은 가장 길게 느껴집니다. 이 시간에는 결과를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오늘 할 일 하나를 정해두고 그것에 마음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예측은 아무리 해도 정답이 나오지 않지만, 오늘 해낸 일은 분명히 남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한 줄로 내려놓기
하루가 끝날 즈음 오늘 붙들고 있던 일을 한 줄로 적고, ‘여기까지가 내 몫이었다’라고 덧붙여보세요.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할 일이 끝났다고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일입니다. 이렇게 하루를 닫으면 같은 생각이 밤새 이어지는 일이 조금 줄어듭니다.
철학은 도구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에픽테토스의 구분이 모든 상황에 딱 맞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가 내 몫인지는 상황마다 다르고, 때로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내 몫인 경우도 있습니다. 철학은 마음을 살펴보는 하나의 도구이고, 맞지 않으면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바꿀 수 없는 일을 계속 붙들고 있을 때에 대해 조금 더
바꿀 수 없는 일을 계속 붙들고 있을 때와 이어지는 이야기로 생각이 자꾸 답을 요구할 때, 잠시 멈추는 방법 글도 참고해보세요.
이 개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에픽테토스(Epictetus) 관련 자료도 참고할 만합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일반적인 안내는 영국 NHS의 Get help with stress(영문)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