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선택이 눈앞에 놓여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좋은지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먼저 휘청거릴 때가 있습니다. 선택 앞에서 이유 없이 어지러울 때,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우유부단하다고 탓합니다. 하지만 이 어지러움에는 이름이 붙은 오래된 설명이 있습니다.
요약: 선택 앞에서 어지러운 것은 약해서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키르케고르의 표현을 빌리면 그 어지러움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키르케고르가 말한 ‘자유의 현기증’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불안의 개념』(1844)에서 불안을 ‘자유의 현기증’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절벽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의 어지러움에 비유했는데, 그것은 떨어질까 봐 무서워서만이 아니라 내가 어느 쪽으로든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음을 설명하는 하나의 철학적 표현이며 진단이 아닙니다. 그래도 선택 앞의 어지러움이 나만의 결함이 아니라는 점은 알려줍니다.

선택지가 열려 있을수록 어지러운 이유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다는 말은 자유롭게 들리지만, 그만큼 내가 책임져야 할 방향도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길이 하나뿐일 때는 고민이 없던 일도 길이 둘이 되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집니다. 선택이 중요한 일일수록 이 무게는 더 커지고, 그래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어지러움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틀린 선택’이 있다는 생각
어지러움 뒤에는 대개 ‘틀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맞고 틀림이 분명하게 갈리지 않고, 어느 쪽으로 가든 얻는 것과 잃는 것이 함께 있습니다. 완벽하게 옳은 선택을 찾으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면, 어지러움의 크기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지러움을 없애기보다 알아보기
어지러운 느낌을 빨리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더 급해집니다. 대신 ‘지금 나는 선택의 무게를 느끼고 있구나’ 하고 이름만 붙여주세요. 어지러움이 곧 틀렸다는 신호는 아닙니다. 그저 중요한 일 앞에 서 있다는 표시일 뿐입니다. 이름을 붙이고 나면 같은 어지러움도 한결 견딜 만해집니다.
선택을 작게 쪼개보기
큰 선택은 한꺼번에 하려고 하면 무겁지만, 작은 단계로 나누면 한 걸음씩 가볍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직할까 말까’ 대신 ‘이번 주에는 이 회사에 대해 한 가지만 알아보자’처럼 정해보세요. 작은 행동은 되돌릴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선택의 무게를 덜어줍니다.

선택한 뒤에 따라오는 불안도 있습니다
선택을 하고 나서도 ‘정말 괜찮았을까’ 하는 마음이 한동안 남을 수 있습니다. 이 마음 역시 선택이 나에게 중요했다는 증거이지, 그 선택이 틀렸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선택 직후에는 결과를 평가하려 하기보다, 이미 정한 방향에서 할 수 있는 다음 한 걸음에 마음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정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서둘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필요한 만큼 시간을 쓰되, 언제까지 정할지 기한만 정해두면 미루는 일이 불안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남의 기대가 선택을 더 무겁게 합니다
부모, 직장, 친구의 기대가 선택에 얹히면 내 마음이 원하는 것과 기대에 맞는 것이 뒤섞여 어지러움이 커집니다. 선택하기 전에 ‘이건 내가 원하는 것인가, 기대에 맞추려는 것인가’를 한 번 구분해보면 방향이 조금 또렷해집니다.
정보를 더 모아도 되는 때와 아닌 때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일은 도움이 되지만, 이미 충분한데도 계속 찾고 있다면 어지러움을 피하려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이 정보가 선택을 바꿀 수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보고, 아니라면 거기서 멈추는 것도 방법입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말로 꺼내보기
혼자 머릿속에서 굴리던 선택도 말로 꺼내면 생각보다 단순해지기도 합니다. 답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소리 내어 들어보려는 목적이면 충분합니다. 말하다 보면 내가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스스로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지러움은 그 선택이 소중하다는 신호입니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선택 앞에서는 어지럽지 않습니다. 어지러움이 크다는 것은 그 선택에 내가 마음을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지러움은 나를 방해하는 적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알려주는 표시가 됩니다.
몸의 컨디션도 선택의 일부입니다
잠이 부족하거나 식사를 거른 날에는 같은 선택도 더 어지럽게 느껴집니다. 큰 결정은 컨디션이 좋은 때로 미루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음의 문제를 풀기 전에 몸의 조건부터 살펴보는 일은 생각보다 효과가 큽니다.
선택 앞에서 이유 없이 어지러울 때에 대해 조금 더
선택 앞에서 이유 없이 어지러울 때와 이어지는 이야기로 걱정과 문제 해결을 구분하는 질문 글도 참고해보세요.
이 개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 관련 자료도 참고할 만합니다.
걱정이 계속되고 조절하기 어려워진다면 영국 NHS의 Generalised anxiety disorder (GAD)(영문)에서 신호와 도움받는 곳을 확인해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